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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다시보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여러분이 원하던 복수가 바로 이런 거 아닌가요?

  눈이 많이 내리던 날 국정원 요원 '수현'의 부인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수현은 그녀의 영정사진 앞에서 약속한다. 똑같이 복수하겠노라고 니가 느낀 고통 그 녀석도 똑같이 느끼게 해줄거라고.

  [악마를 보았다]에서 수현은 철저히 복수를 정당화 하는 상황에 놓인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잔인하게 살해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지 않을 순 없다. 혹 그것이 현자라도 머릿속에선 수십번이고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의 칼을 휘두르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경철의 짐승만도 못한 행동들과 수현의 피비린내나는 복수. 제목대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경철의 살인 장면들은 복수의 정당화라는 방으로 관객을 이끈다. 최민식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관객의 이러한 심리를 부추기고 점점 수현과 동기화된다. 그녀와의 약속대로 그리고 그녀가 느낀 고통 그대로를 경철에게 전하는 수현을 보며 통쾌함을 느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마지막 수현의 허무함만이 가득한 표정과 눈물을 보며 엔딩 크레딧을 맞이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사실 [악마를 보았다]는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는 영화다. 복수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부작용'을 관객에게 알린다. 세상에 통쾌한 복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느낀 고통과 복수는 결국 또 다른 이의 고통과 복수로 이어진다. 

 "니가 나한테 얻을수 있는거 아무거도 없어, 

그러니까 넌 이미 졌어."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이 이 작품으로 인해 과소평가되는 것이 참 안타깝다. [악마를 보았다]는 분명 김지운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거라 믿는다. 그가 던진 질문의 표현은 분명 과격했지만, 그 질문에는 무게가 있다. "여러분이 원하던 복수. 바로 이런 거 아닌가요?"



악마를 보았다 (2010)

I Saw the Devil 
6.4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최민식, 전국환, 천호진, 오산하
정보
스릴러 | 한국 | 144 분 | 201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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