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싸이월드라고도 불리는(당연히 국내에서만) 페이스북이라는 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는 현재 세계 유저 5억 명이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 기업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이라는 세계적인 SNS를 만든 계기와 거기에 얽힌 일화를 담은 작품이기도 한데, 사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이 작품의 감독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참 의아했다. 세계 유저 5억 명이라는 숫자는 거대하지만, 이 서비스의 창업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네트워크 서비스인 '싸이월드'의 창업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칫하다간 교육용으로 제작한 전기영화보다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 그러나 역시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데이빗 핀처는 역시 데이빗 핀처다. 페이스북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매력적인 영화가 바로 소셜 네트워크다. 물론 페이스북도 알고 SNS라는 용어의 뜻도 알고 있다면 그 재미는 더하지 않을까.
어떠한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은 대부분 그 인물의 업적이라던지 혹은 그 인물이 이뤄낸 성공 스토리 등 긍정적인 측면을 주로 비추는 게 일반적이지만, 핀처 감독은 정반대로 '마크 주커버그'의 업적(?)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주커버그라는 인물을 흉보는 것보다는 세계 5억 명이라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언제까지나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서비스가 태어나기까진 수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과 웃어넘기기엔 영 씁쓸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5억 명 중 어느 누가 사실 이 서비스의 최초 목적은 명문 여대생들을 꼬시기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극 중 윈클보스 형제의 대화에는 대사가 있다.
젠장, 내가 마약 딜러라면 하루 650명에게 공짜로 약을 뿌린 셈이잖아?
현재 우리가 맹신하며 사용하고 있는 그 어떤 결과물도 처음엔 무슨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우린 알지 못한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주커버그가 페이스 북이라는 거대 SNS를 만들기까지 있었던 이 이야기는 그가 잃은 우정과 사랑 그리고 양심이 있었다.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았다는 진실과 함께 말이다. (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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