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토피아

'스포일러'에 기준이 있을까?

5DOKU 2012. 7. 4. 22:30

   스포일러라는 것은 그 기준이 딱히 명확지 않으며 사람들 간의 암묵적인 합의 것은 것도 없어서 애매한 문제 중 하나다. 요컨대 개봉이 10년 이상 된 유명한 영화의 결말을 가지고 어느 TV 퀴즈 문제 프로에서 문제를 낸다 생각해보자. 방송을 보던 사람 아직 감상하지 못한 작품의 결말을 의도치 않게 알게 돼 화가 날 수 있지만, 화가 난 시청자의 논리라면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기준이 돼 버리니 표현의 자유에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입을 닫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한 때 스포일러 열풍을 몰고 왔던 반전 영화 <식스센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해놓고 있긴 했다. 영화는 개봉관이 내려가고 2차 판권까지 모두 나온 상황에 작품이 지닌 스포일러의 힘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 나온 지 오래된 작품이거니와 그 시간 동안 해당 작품을 접해볼 많은 기회가 있었을 거라는 전제가 뒷받침된 기준이었다. 그런데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성인 등급의 영화가 있는데 나온 지 매우 오래된 작품이라 생각해보자. 내 기준에서 이 영화의 내용을 스포일러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포일러를 당한 대상이 아직 미성년자라면? '법적'인 이유 때문에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없었던 미성년자는 의도치 않게 결말을 알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스포일러는 정말 애매한 문제다. 기준을 정해놓자니 각자의 사정이 다르니 어쩔 수 없고 지금처럼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는 언제 어디서 스포일러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시대에는 이런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경고'다. '경고' 장치 하나면 이 문제에 대해서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앞서 설명했던 TV 퀴즈 프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문제를 내기 전 문제에 해당 작품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경고만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되면 그 작품을 아직 감상하지 못했던 사람은 채널을 잠시 돌리면 되는 거고 이미 본 사람이라면 퀴즈를 즐기면 된다. 어쩌면 간단한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게다가 이것을 꼭 써야만 한다는 법도 없어서 완벽한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조금 진부하지만, 결국 각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개인적으로 저작권 표기 방식인 CCL같이 스포일러에도 이런 공식 표기법이 정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