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진실이 승리하는 세상은 이제 없다.
지금도 포털, 언론 웹사이트나 신문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범죄 기사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최근 '성범죄' 관련 소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 모두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마땅하고 그중에서는 죽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악질 범죄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사건을 신문이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알게 될 뿐이다. 그것도 고작 10줄도 안 되는 기사 안에서 말이다. 과연 이 수많은 뉴스거리 중 진정 진실을 얘기하는 사건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확실하다. '열 명의 진범을 놓칠지언정 무고한 한 명을 벌하지 말자.' 이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현 일본의 허술한 법조 체계와 그 과정을 보는 내내 가슴속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또한 일본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백수' 청년이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여중생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다. 수오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이 이야기를 영화라기 보단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인 양 이 청년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간다.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는 청년의 무고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주인공 가네코에게 동정표를 던질 수밖에 없겠지만, 영화 속 일본 국민은 그저 한낱 백수가 만원 지하철에서 저지른 더러운 성범죄거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는 늘 신문 혹은 뉴스를 보며 혀를 찰 역할만 할 뿐 진실은 안중에도 없다. 틀에 박힌 사고가 결국 진실을 외면하게 한다. 기사를 접하는 우리도,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관도 진실을 외면하기에 진실이 승리하는 세상은 이제 없다. (10/10/15)